⏳ 시간여행물 장편소설 (프롤로그: 1999년의 에러)
프롤로그: 낡은 플로피 디스크와 시간의 똥볼
1999년 12월 31일. 지구는 Y2K 버그 때문에 망할 거라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주인공 '강대충'**에게 중요한 건 세기말이 아니라, 내일모레 입대라는 사실이었다.
대충은 다 쓰러져가는 고물 전자제품 수리점 '시간 고치는 방'의 2대 사장이었다. 실제로는 그냥 동네에서 제일 쓸데없는 물건을 모아두는 창고지기에 가까웠지.
그날 밤 11시 59분, 대충은 낡은 IBM 컴퓨터에 '미래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플로피 디스크 하나를 넣었다. 디스크에는 단 하나의 파일이 있었다. LOVE_IS_TIME.EXE
"에이, 설마. 이게 2000년 되는 거 막아주겠냐?" 대충은 맥주 캔을 따며 투덜거렸다.
컴퓨터 화면에 갑자기 존나 촌스러운 픽셀 아트의 여자 얼굴이 뜨더니, 굵은 굴림체 글씨가 나타났다.
<경고: 당신은 시간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고치는' 도구입니다. 대충 하지 마세요.>
대충이 '닫기' 버튼을 찾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이는 순간, 시계가 정각 0시 0분 0초를 알렸다. 💥콰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가 폭발했고, 눈을 떠보니...
대충은 고급 정장을 입은 채, 낯선 여자의 결혼식장에 서 있었다. 옆에 선 여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올려다봤다.
"여보... 이제야 오셨네요. 2025년 11월 21일, 우리의 결혼식 날."
"잠깐만, 여보라고? 그리고 2025년? 야, 나 군대 가야 되는데?!"
그리고 그 여자. '한사랑'. 그녀는 놀랍게도 그 픽셀 아트 속의 촌스러운 여자 얼굴과 너무나 똑같이 생겼었다. 문제는, 그녀가 그를 볼 때마다 눈빛이 자꾸 2025년과 1999년을 오가는 듯 뭔가 묘하게 짠하다는 거였지.
알고 보니, 대충은 시간을 고치는 도구였던 게 아니라... 시간을 존나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리는 '시간의 똥볼'이었던 거다.
1장: 2025년, 유부남 대충의 비극적인 하루
대충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눈앞의 한사랑이라는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대충에게는 그저 **'존나 낯선 여자'**일 뿐이었다. 하객들은 박수를 치고, 사진작가는 '신랑 신부 뽀뽀!'를 외쳤다.
"저, 저기요... 죄송한데, 제가 지금 상황 파악이 좀..." 대충이 중얼거렸다.
사랑은 그의 말을 끊고 그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너무 긴장했죠? 괜찮아요, 여보.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잖아요."
대충은 심장이 발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여보? 내가 얘랑 결혼했다고? 난 1999년에 내일 입대하는 강대충인데?'
그는 결혼식장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화장실을!"
하객들은 폭소했고, 사랑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 대충은 겨우 밖으로 뛰쳐나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뭐야? 스마트폰? 난 PCS 01X 써야 하는데!'
2025년의 현실은 대충에게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의 이름은 강대충이 맞았지만, 이 시대의 강대충은 이미 '시간 고치는 방'을 물려받아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시간 솔루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사랑의 남편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대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럭셔리한 펜트하우스, 냉장고에는 그가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고급 식재료들. 그리고 한사랑은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며 앞치마를 둘렀다.
"여보, 좋아하는 갈비찜 해줄게요! 1999년에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해준 갈비찜 먹고 그렇게 행복해했었잖아요."
대충은 갈비찜을 씹으며 생각했다. '나는 군대 가기 전에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가 최고였는데... 젠장, 1999년의 나랑 이 2025년의 나는 아예 다른 인물이잖아!'
그는 차마 사랑에게 자신이 미래로 '튕겨져 온' 1999년의 강대충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그를 향한 애틋함과 추억이 가득했으니까. 게다가 이 시대의 강대충은 존나 완벽한 남자였다. 깔끔하고, 능력 있고, 자상하기까지. 반면 1999년의 대충은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눈치 없는 찐따에 가까웠다.
2장: '가짜 남편'의 수상한 행동들
대충의 기상천외한 '가짜 남편' 연기는 하루하루가 코미디였다.
아침 식사: 사랑이 그에게 '자기야, 1999년에 마셨던 그 옛날 커피 타 줄까?'라고 묻자, 대충은 '아니, 나 아메리카노 좋아해!'라고 외쳤다. (1999년에는 아메리카노 개념도 잘 몰랐다.)
회사 출근: 대충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온갖 첨단 기기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간 솔루션 전문가'라는 직함에 걸맞게 온갖 복잡한 시간 데이터와 그래프들이 난무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렇군. 아주 효율적이야."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친구들과의 만남: 2025년의 강대충에게는 '최철수'라는 절친이 있었다. 철수는 대충을 보자마자 "야, 너 사랑이랑 싸웠냐? 왜 이렇게 낯설어 보이냐?"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대충은 '사랑이가 요즘 야근 때문에 예민해서'라는 핑계를 댔지만, 철수는 코웃음을 쳤다. "야근은 무슨. 사랑이는 너만 보면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애라고!"
가장 큰 문제는 사랑과의 잠자리였다. 대충은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1999년의 강대충이다! 너의 남편이 아니다!'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사랑은 그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가왔고, 대충은 매번 **'급성 요통'**이나 '중요한 시간 솔루션 문제 발생'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도망쳤다.
어느 날 밤, 대충은 몰래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왔다. 그는 '시간 고치는 방'이라는 자신의 회사가 이 시점에서는 '시간 솔루션 기업'으로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리고 자신의 책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플로피 디스크를 발견했다.
바로 그가 1999년 12월 31일에 넣었던 LOVE_IS_TIME.EXE 디스크였다.
그 디스크 옆에는 낡은 일기장이 있었다. 일기장에는 사랑의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대충 오빠에게. 오빠가 다시 1999년으로 돌아가는 그 날, 이 일기장을 읽어주세요. 우리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는지, 그리고 내가 왜 오빠를 2025년에 데려왔는지... 전부 다 이야기해줄게요. 그리고 그때가 되면... 오빠는 아마 나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대충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1999년으로 돌아간다고? 그럼 사랑이는 내가 1999년의 나인 걸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왜 나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지?'
이 모든 상황의 열쇠는 바로 한사랑에게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충이 1999년의 자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