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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운명배달왔습니다(판타지로맨스)

운명 배달 왔습니다! (로맨스 코미디 소설)

by qooo2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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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배달 왔습니다! "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며 하늘은 낡은 스쿠터에 올라탔다. 그녀의 등 뒤에는 알록달록한 배달 가방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평범한 동네 배달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늘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특별한 '촉'이 있었다. 오늘따라 그녀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음… 왠지 이 상자는 그냥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상자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지훈 씨께, 행운을 담아'라고 적혀 있었다. 배달 앱에 찍힌 주소는 302호. 하늘은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한적한 빌라 단지로 향했다.
"302호… 여기 맞네."
낡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왠지 모르게 예술가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집이 나타났다. 벨을 누르자,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운… 아니, 택배 왔습니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의 남자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무심한 표정이 인상적인 그는 웹툰 작가 지훈이었다.
"택배? 시킨 거 없는데."
"음… 받는 분 성함이 지훈 씨 맞으시죠? 그리고 보내는 분은… 음… 안 적혀 있네요?"
하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자를 내밀었다. 지훈은 수상하다는 듯 상자를 빤히 바라봤다.
"이상한 물건이면 그냥 가져가세요."
"에이,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행운을 담았다고 적혀 있는데!"
하늘의 긍정적인 말에 지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상자를 받아 들었다. 문이 쾅 닫히고, 하늘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음 배달 장소로 향했다.
그날 저녁, 지훈은 작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아까 받은 그 수상한 상자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대체 누가, 왜 이런 걸 보낸 걸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본 순간,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상자 안에는 낡은 만년필과 잉크병, 그리고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때, 진정한 사랑이 찾아올 것입니다.'
"뭐야, 이거 완전 오글거리는…"
지훈은 코웃음을 쳤지만, 왠지 모르게 그 문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 그의 노트북 화면에 새로운 댓글이 하나 올라왔다.
'작가님, 요즘 스토리가 너무 뻔해요! 예전의 반짝이는 상상력은 어디로 간 거죠?'
평소 악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왠지 오늘은 그 댓글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슬럼프에 빠진 지 오래였다. 새로운 이야기는 떠오르지 않고, 독자들의 반응은 점점 싸늘해져 갔다.
"젠장… 정말 내 이야기는 끝난 건가?"
그때, 현관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쾅! 꽈당!
"어… 어머! 죄송합니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헬멧을 쓴 여자가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깨진 화분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바로 낮에 택배를 배달 왔던 그 엉뚱한 배달원, 하늘이었다.
"괜찮으세요?" 지훈은 당황해서 물었다.
"아… 네… 제가 길을 착각해서… 죄송해요! 변상해 드릴게요!"
하늘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지훈은 깨진 화분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어차피 오래된 거였으니까."
하지만 하늘은 계속 미안해하며 그의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과 쪽지를 발견했다.
"어? 이 만년필… 혹시 낮에 제가 배달했던 상자에 있던 건가요?"
지훈은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네, 그런데 그쪽이 그걸 어떻게…?"
"아, 그게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가끔 신기한 물건들이 배달될 때가 있거든요. 왠지 그 물건들은 그냥 물건이 아닌 것 같아요. 뭔가 특별한… 운명 같은 거요!"
하늘의 엉뚱한 말에 지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이 엉뚱한 배달원과의 만남이, 그의 멈춰버린 이야기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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