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무당굿전(한국판주술회전)

무당굿전 11편: 승천의 굿 - 깨랑깨랑 울려 퍼지다

qooo2 2025. 5. 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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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굿전 11편: 승천의 굿 - 깨랑깨랑 울려 퍼지다
지은, 봉구, 그리고 김씨 할아버지가 차원의 문을 넘어 도착한 곳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험악한 공간이었다. 찢어진 듯 불안정한 차원의 조각들이 떠다니고, 붉은 안개가 끈적하게 드리워진 이곳은 바로 공허의 군주들의 영역이었다.
"으... 춥고 기분 나쁜 곳이네요." 봉구가 털을 잔뜩 세우며 주변을 경계했다.
김씨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저 붉은 안개에 사악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아가씨."
지은은 '깨랑깨랑'의 힘으로 주변을 살폈다. 붉은 안개 속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그림자들이 느껴졌다. 그것들은 이전의 하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녀석들의 눈동자는 더욱 짙은 증오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들이... 공허의 군주들..." 지은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떨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굳건했다.
그때, 붉은 안개가 걷히며 마침내 공허의 군주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피부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온몸에서는 끔찍한 상처와 고통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들의 눈은 깊은 절망과 원망으로 가득 차,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강렬한 어둠을 뿜어내고 있었다.
첫 번째 군주는 날카로운 발톱과 찢어진 날개를 가진 거대한 매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온몸에서는 억울하게 죽어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된 매들의 절규가 들려오는 듯했다.
두 번째 군주는 잘린 꼬리와 슬픈 눈을 가진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깊은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물속에 잠긴 채 애끓는 슬픔을 삼켜야 했던 여인들의 한이 느껴졌다.
세 번째 군주는 부러진 뿔과 짓밟힌 갈기를 가진 거친 수소의 형상이었다. 그의 울음소리에는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고 분노해야 했던 수많은 동물들의 울분이 담겨 있었다.
아스트라는 지은의 귓가에 엄숙하게 속삭였다. "저들은 강한 원념과 고통으로 인해 공허의 힘에 잠식된 존재들이다. 단순한 힘으로는 그들의 어둠을 벨 수 없다. 그들의 깊은 슬픔과 한을 이해하고, 풀어주어야만 한다."
지은은 그들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들의 눈 속에 담긴 깊은 고통과 절망을 '깨랑깨랑'의 힘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무당으로서, 그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편안히 하늘로 올려보내야 할 자신의 역할을 깨달았다.
"봉구야, 할아버지. 저분들의 슬픔이 느껴져요... 함부로 공격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지은이 말했다.
봉구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지은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김씨 할아버지 역시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렇군요... 저들의 모습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집니다. 굿으로 저들의 한을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지은은 광선검 손잡이를 내려놓고, 대신 자신의 무당 방울과 부채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이전과는 다른, 숭고하고 자애로운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부터는 싸움이 아닌, 굿을 펼칠 겁니다." 지은이 결연하게 말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어둠에 갇힌 영혼들이여, 부디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소서. 당신들의 깊은 슬픔과 맺힌 한을 풀어, 부디 편안한 안식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지은의 방울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깨랑깨랑'의 힘이 실린 방울 소리는 공허의 공간에 잔잔하게 퍼져나가, 군주들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듯했다. 그녀는 부채를 펼쳐 하늘을 향해 천천히 휘저으며, 애절한 목소리로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하나하나 읊조리기 시작했다.
매의 형상을 한 첫 번째 군주에게는,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었지만 인간의 욕심에 의해 날개를 잃고 억울하게 죽어간 매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지은의 목소리에는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인의 형상을 한 두 번째 군주에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갑작스럽게 이별하고 깊은 물속에서 홀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지은의 애끓는 목소리는 그녀의 굳어 있던 표정을 조금씩 흔들리게 했다.
수소의 형상을 한 세 번째 군주에게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힘없이 쓰러져야 했던 수많은 동물들의 울부짖음이 전해졌다. 그의 부러진 뿔과 짓밟힌 갈기 위로, 지은의 따뜻한 위로가 깃든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굿이 진행될수록, 공허의 군주들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짙은 어둠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들의 굳었던 표정에는 점차 슬픔과 회한, 그리고 희미한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차갑고 흉흉한 기운은 점차 옅어지고, 대신 애잔하고 서글픈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지은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굿을 이어갔다. 그녀의 방울 소리는 더욱 청아하게 울려 퍼졌고,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공허의 공간을 감쌌다. 그녀는 '빵상빵상'의 힘으로 닫혀 있던 그들의 기억의 문을 열어,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슬픔의 순간들을 다시 한번 어루만져 주었다.
마침내, 굿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공허의 군주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을 짓누르던 무거운 한의 덩어리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들의 형상은 점차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흔적들은 깨끗하게 사라져 갔다.
매의 형상을 했던 군주는 빛나는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여인의 형상을 했던 군주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빛 속으로 녹아들었다. 수소의 형상을 했던 군주는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더니, 평화로운 눈빛으로 지은에게 감사를 표하고 하늘로 승천했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어둠 대신, 맑고 따뜻한 빛만이 감돌았다. 공허했던 공간은 정화되었고, 억눌렸던 슬픔과 고통의 울음소리 대신, 평화롭고 안온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아스트라는 감동적인 표정으로 지은을 바라보았다. "정말 놀랍구나, 인간 무당. 너의 굿은 단순한 힘을 넘어, 저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영혼을 구원했어."
봉구 역시 감탄한 듯 꼬리를 흔들었다. "아가씨, 정말 대단하세요! 빵상빵상보다 깨랑깨랑 굿이 훨씬 멋진 것 같아요!"
김씨 할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깊은 한이 풀리고, 편안히 하늘로 가시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합니다."
지은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몸은 지쳐 있었지만, 마음은 벅찬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무당으로서, 단순히 악을 물리치는 것뿐만 아니라, 고통받는 영혼을 위로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임을 깨달았다.
"저들은... 이제 편안히 쉬실 수 있겠죠?" 지은이 조용히 물었다.
아스트라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물론이다. 너의 진심이 그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었고, 이제 그들은 우주의 순환 속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때, 정화된 공간의 한가운데에서 은은한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차 하나의 씨앗의 형태로 응축되더니, 지은의 손바닥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이것은..." 지은이 신기한 듯 씨앗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너에게 남긴 감사의 선물이다." 아스트라가 설명했다. "그들의 순수한 원념이 응축된 씨앗이니, 소중히 간직하거라. 언젠가 너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지은은 조심스럽게 씨앗을 품에 안았다. 그녀는 공허의 군주들의 슬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함으로써, 더욱 강하고 성숙한 무당으로 성장했다. '깨랑깨랑'의 힘은 단순히 적을 꿰뚫어 보는 눈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눈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굿은 '빵상빵상'의 공간을 넘어, 영혼과 영혼을 연결하고 치유하는 신성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제 지은은 더욱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다음 여정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했다.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봉구와 지혜로운 김씨 할아버지가 함께였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하늘로 평화롭게 승천한 공허의 군주들의 따뜻한 기운이 영원히 함께할 것이었다. 깨랑깨랑 울려 퍼진 그녀의 굿은, 어둠으로 물든 우주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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