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폐급 힐러, 각성하다 - 2편
[시스템] 폐급 힐러, 각성하다 - 2편

버그 성직자 강태준
푸른 결정 조각을 발견한 강태준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빛났다. 몬스터들의 위협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그의 뇌는 빠르게 회전했다. 공격 능력은 전무하지만, 지팡이에서 발현되는 미약한 푸른 힘이 몬스터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이 퀘스트의 힌트일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발톱이 스치는 순간, 향상된 인지 능력 덕분에 강태준은 간발의 차로 몸을 숙였다. 썩은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는 몬스터의 옆구리를 지나쳐 무너진 석상 쪽으로 달려갔다. 몬스터들은 끈질기게 쫓아왔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석상 틈에 박혀있는 푸른 결정 조각은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희미하지만 분명한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졌다. 강태준은 망설임 없이 결정 조각을 움켜쥐었다.
“으윽…!”
결정 조각을 잡는 순간, 그의 온몸으로 강렬한 푸른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알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의 세포를 꿰뚫는 듯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크르르…!”
몬스터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썩은 이빨이 그의 몸을 찢으려 하는 찰나, 강태준의 몸에서 더욱 강렬한 푸른빛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콰앙…!”
폭발과 함께 주변의 몬스터들이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검은 연기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몬스터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강태준은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푸른 결정 조각이 들려 있었다.
시스템: 숨겨진 퀘스트 "[버그] 잊혀진 신전의 잔향"의 힘이 개방되었습니다.
시스템: 새로운 스킬 ‘잔향의 파동’을 획득했습니다.
시스템: ‘잔향의 파동’ - 주변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응축하여 방출합니다. 낮은 확률로 적에게 ‘침묵’ 효과를 부여합니다.
새로운 스킬의 습득 알림에 강태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격 스킬이라곤 전혀 없던 그에게 처음으로 생긴 공격적인 능력. 그것도 버그 퀘스트를 통해서 얻다니.
“잔향의 파동…?”
그는 пробуждение적으로 스킬 사용 버튼을 눌렀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푸른 에너지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몬스터들이 쓰러져 있는 방향으로 느릿하게 날아갔다. 에너지 덩어리가 폭발하자, 주변에 희미한 푸른 파동이 퍼져나갔다.
시스템: ‘잔향의 파동’이 적에게 적중!
시스템: 적에게 ‘침묵’ 효과를 부여했습니다. (1.5초)
낮은 확률이라고 했지만, 놀랍게도 파동에 맞은 몬스터들의 머리 위에는 회색빛 ‘침묵’ 아이콘이 떠올랐다. 몬스터들은 울부짖으려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거… 되는 건가?’
강태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비록 공격력은 약했지만, ‘침묵’이라는 강력한 CC(군중 제어) 기술은 힐러인 그에게 생존력을 크게 높여줄 수 있었다. 그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다른 푸른 결정 조각들을 찾기 시작했다.
폐허 곳곳에는 부서진 석상이나 무너진 기둥 틈 사이에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결정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결정 조각들을 모을 때마다, 그의 몸에는 더욱 강력한 푸른빛이 스며들었고, ‘잔향의 파동’의 위력 또한 조금씩 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 마리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십여 마리가 넘는 흉측한 몬스터들이 끈질기게 그를 추격해왔다. ‘침묵’ 효과의 지속 시간은 짧았고, 쿨타임 또한 존재했기에 모든 몬스터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위기의 순간, 강태준의 눈에 폐허의 가장 안쪽에 있는 거대한 석상 하나가 들어왔다. 석상의 머리 부분은 부서져 있었지만, 몸통에는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중앙에는 더욱 강렬하게 빛나는 커다란 푸른 결정이 박혀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곳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몬스터들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회피하며, 강태준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거대한 석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손에는 이제껏 모은 작은 푸른 결정 조각들이 쥐어져 있었다.
“젠장… 조금만 더…!”
몬스터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등 뒤를 노리는 순간, 강태준은 있는 힘껏 손안의 결정 조각들을 거대한 푸른 결정에 던졌다.
“콰지지직…!”
작은 결정 조각들이 거대한 결정에 부딪히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석상 전체가 강렬한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석상에 새겨진 기묘한 문양들이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고, 주변의 공기가 불안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거대한 푸른 결정에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터져 나왔다. 파동은 폐허 전체를 휩쓸었고, 닿는 순간 몬스터들은 비명을 지르며 검은 연기로 사라져 갔다. 강태준 또한 강력한 에너지에 휩싸여 잠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는 여전히 폐허 속에 있었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던 흉측한 몬스터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석상은 여전히 푸른 빛을 은은하게 내뿜고 있었고, 그의 눈앞에는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 숨겨진 퀘스트 "[버그] 잊혀진 신전의 잔향"을 완료했습니다.
시스템: 보상으로 고대 유물 ‘침묵의 지팡이’를 획득했습니다.
시스템: 보상으로 능력치 ‘신성력’이 영구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시스템: 새로운 스킬 ‘침묵의 장막’을 획득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이전의 허름한 지팡이 대신,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의 푸른빛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퀘스트 정보창의 물음표는 사라지고, ‘사라진 고대 유물 회수 (성공)’이라는 문구와 함께 퀘스트의 상세 내용이 나타나 있었다.
[긴급] 사라진 고대 유물 ‘침묵의 지팡이’ 회수 (실패율 극악)
보상: 침묵의 지팡이, 신성력 영구 상승, 스킬 ‘침묵의 장막’
퀘스트 내용: 잊혀진 신전에 봉인된 고대 유물 ‘침묵의 지팡이’를 악령으로부터 회수하십시오. 지팡이에 깃든 강력한 힘은 주변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태준은 멍하니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단순한 버그 퀘스트인 줄 알았지만, 그 안에는 잊혀진 고대 신전과 강력한 유물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퀘스트를 통해 얻은 새로운 힘이 그의 힐러 ‘세인트힐’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었다.
텅 빈 폐허 속에 홀로 남겨진 강태준은 새로운 지팡이를 굳게 움켜쥐었다. 여전히 불안정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었지만, 이전의 압도적인 공포감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만년 폐급 힐러의 기적 같은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그는 이 낯선 힘을 이용하여, <에오스 온라인>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