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배달왔습니다!! (5) 마법 같은 고백, 그리고 폭풍 전야의 로맨틱 코미디
운명 배달왔습니다!! (5) 마법 같은 고백, 그리고 폭풍 전야의 로맨틱 코미디
"작가님, 사실 제가 드릴 말씀은요… 아주 비밀스럽고, 어쩌면 좀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요. 음… 각오 단단히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하늘 씨가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눈치를 봤다. 그녀의 시선은 테이블 위, 지훈 씨가 작업하다 잠시 덮어둔 웹툰 콘티에 애틋함과 함께 미묘한 '나 여기 있었소!' 하는 표정으로 닿아 있었다. 지훈 씨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강렬한 예감에 심장이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웹툰 마감 직전의 지옥 같은 심장이었다.
"하늘 씨… 혹시 저한테 숨기고 있는, 뭐랄까… 음, 아주 거대하고 반짝이는 비밀 같은 거 있나요? 혹시… 제가 평소에 상상하던 그런… 환상적인 비밀이라던가…?" 지훈 씨가 최대한 진지함을 가장하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대감 반, '설마 진짜일 리가?' 하는 불안감 반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온갖 판타지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하늘 씨는 길게 심호흡을 하더니, 용기를 낸 듯 천천히 콘티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끝이 닿자마자, 콘티 속 '하늘' 캐릭터의 그림에서 뿅! 하고 섬광이 터져 나왔다. 지훈 씨는 너무 놀라 의자에서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 반짝였고, 그의 눈에는 별똥별이 쏟아지는 듯했다. 아니, 이건 웹툰 속에서나 가능할 일 아닌가?
"작가님, 이 웹툰… 제 이야기예요."
하늘 씨의 입에서 나온 다섯 글자는 지훈 씨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정신은 잠시 퓨즈가 나간 듯 멍해졌다. 그녀의 눈은 마치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똥별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마치 아주 중요한 공시를 발표하듯, 숨겨왔던 이야기를 차분히, 하지만 중간중간 코믹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풀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사실… 다른 세상에서 왔어요. 작가님의 웹툰에 나오는 '하늘'처럼, 저도 인간 세상에 처음 내려온 천사였죠. 물론 저처럼 좀… 엉뚱하고 사고뭉치 천사는 천상계에서도 흔치 않지만요. 저에게는 아주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었어요. 바로 작가님의 잃어버린 '영감'을 찾아드리고, 작가님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거였죠.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 댁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도 다… 임무 때문이었어요. 죄송해요, 그 문 아직도 바람 숭숭 들어오죠? 제가 배달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수리해드리려고 했는데…."
지훈 씨는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눈앞의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황당함과 동시에 감격스러움이 밀려왔다. 하늘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작가님이 처음 쓰셨던 웹툰, '별똥별의 눈물'이 쫄딱 망하고 나서, 작가님은 완전 시무룩해져서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했어요. 그때 제가 작가님을 찾아간 거예요. 제가 드린 만년필은 단순한 펜이 아니었어요. 작가님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의 펜이었죠! 아, 물론 제가 직접 마법을 건 건 아니고요, 저희 천상계 기술력으로 만든 건데… 그냥 마법이라고 하는 게 작가님한테는 더 잘 와닿을 것 같아서요, 헤헤. 제가 작가님 작업실에 꽃잎 뿌리고 다닌 것도 다… 만년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임무였어요. 죄송해요, 그거 청소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제가 다음에 빗자루라도 선물해드릴게요."
하늘 씨의 이야기에 지훈 씨의 머릿속에서는 퍼즐 조각이 '착착' 소리를 내며 맞춰지듯 모든 의문이 풀렸다. 만년필에서 풍기던 달콤한 꽃향기, 하늘 씨가 사라진 날 남겨진 신비로운 꽃잎, 그리고 웹툰 속 '하늘'의 기묘한 능력까지. 모든 것이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현관문과 꽃잎 청소 얘기는 좀 뼈아팠다. 그는 천사가 의외로 현실적인 죄책감을 느끼는 것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작가님의 웹툰이 성공하고 작가님이 다시 용기를 얻는 것이 제 임무의 전부였어요. 그런데… 작가님과 함께 지내면서 저도 모르게 인간적인 감정을 배우게 되었어요. 특히 작가님의 순수함과… (풉) 허당미 넘치는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가더라고요. 제가 웹툰 댓글 보는 재미로 살았잖아요. '작가님 귀여워요' 댓글 보면 제가 다 뿌듯하고… 작가님이 밤새 작업하는 모습 보면 몰래 간식 가져다주고 싶고… 저도 모르게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거죠."
하늘 씨의 뺨이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지훈 씨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 듯한 눈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제 임무가 사실 한참 전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곳에 남았어요. 작가님 곁에 있고 싶어서요. 웹툰 속 '하늘'처럼, 저도 작가님 곁에서 영원히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요. 지훈 씨, 저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지 않을래요? 웹툰이 아닌, 진짜 우리의 이야기를요. 물론, 앞으로도 제가 실수로 현관문을 부술 일이 또 생길지도 모르고, 작가님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허락 없이 먹을 수도 있고, 밤에 몰래 만년필을 닦아주다가 작업실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요… 미리 사과드릴게요! 저는 아직 인간 세상에 서툴러서요, 헤헤."
하늘 씨의 진심 어린, 그리고 폭소 유발 고백에 지훈 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지만, 동시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하늘 씨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가 전해졌다. 그의 손에 닿은 하늘 씨의 손은 마치 작은 새 같았다.
"하늘 씨…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현관문은… 앞으로 제가 더 튼튼하게 고칠게요. 냉장고에 있는 음식도… 다 같이 먹어요. 만년필은… 그냥 제가 알아서 닦을게요. 이제 혼자 두지 않을 거예요. 늘 제 옆에 있어 주세요."
그의 고백과 동시에 작업실 창문 밖으로 수많은 별똥별이 마치 폭죽처럼 쏟아져 내렸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똥별은 마치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듯했다. 이어서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쾅' 하고 울렸지만, 지훈 씨는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의 '폭풍 전야'임을 직감했다. 테이블 위 커피에서는 달콤한 케이크 향과 함께 은은한 꽃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갔다. 지훈 씨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삶은 이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마법 같은 로맨틱 코미디로 흘러갈 것임을.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진짜 '하늘'이 있을 것임을. 그는 이제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운명을 마주하고 있었다.
다음 편 예고:
천사 '하늘'과 인간 '지훈'의 마법 같은 로맨틱 코미디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과연 두 사람의 좌충우돌 사랑은 순탄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천사 '하늘'이 인간 세상에서 겪게 될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들과, 그녀가 지훈 씨의 웹툰에 가져올 또 다른 놀라운 (그리고 코믹한) 변화들은 무엇일까요? '운명 배달왔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