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배달왔습니다!! (6) 예상치 못한 손님, 그리고 숨겨진 그림자의 등장
운명 배달왔습니다!! (6) 예상치 못한 손님, 그리고 숨겨진 그림자의 등장
지훈 씨와 하늘 씨의 고백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똥별만큼이나 찬란했다. 지훈 씨는 하늘 씨의 손을 꼭 잡은 채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천사와의 로맨틱 코미디라니,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마감 직전의 지옥 같은 심장이 이제는 솜사탕처럼 폭신하고 달콤한 심장으로 바뀐 것 같았다. 하늘 씨 역시 지훈 씨의 따뜻한 손길에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작업실 가득 퍼진 달콤한 케이크 향과 은은한 꽃향기가 두 사람의 행복을 더욱 감싸 안는 듯했다.
"작가님, 저… 정말 괜찮으세요? 제가 드린 이야기가 너무 황당해서 혹시 머리 아프신 건 아니죠? 저 때문에 두통약 찾으시면 안 되는데…" 하늘 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훈 씨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별똥별이 쏟아지는 듯한 반짝임이 어려 있었다.
지훈 씨는 피식 웃으며 하늘 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에서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니, 전혀. 오히려 꿈을 꾸는 것 같아서… 깨고 싶지 않아. 내 옆에 진짜 하늘 씨가 있다니, 믿기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하늘 씨가 천사라는 말보다 현관문 부쉈다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어. 어쩐지 밤마다 거실에서 바람이 쌩쌩 불더라니. 그래도 괜찮아. 이제부터 내가 더 튼튼하게 고쳐놓을게. 방탄문으로 업그레이드할까 생각 중이야." 지훈 씨의 농담에 하늘 씨는 푸흐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그의 세상은 온통 하늘 씨로 채워진 듯했다. 마감 기한이 코앞이라도 이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딩동-!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이 늦은 시각에 누구지? 지훈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달이라도 왔나? 아니면 웹툰 관련해서 급한 연락이라도? 설마 내일 마감인데 담당자한테 연락 온 건 아니겠지? 온갖 망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늘 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의 눈빛은 순간 불안하게 흔들렸고, 마치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라도 한 듯 창백해졌다. 그녀는 잡고 있던 지훈 씨의 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 힘에 지훈 씨는 살짝 움찔했다. 지훈 씨는 하늘 씨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하늘 씨, 왜 그래? 혹시 아는 사람이야? 혹시 나한테 외상값 받으러 온 사람인가? 나 요새 라면만 먹어서…" 지훈 씨가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하늘 씨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하늘 씨는 아무 대답 없이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그녀의 시선은 문밖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했다. 다시 한번 딩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좀 더 거칠고 성급했다. 마치 기다림에 지친 누군가가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소리였다. 이 정도면 문짝 부수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지훈 씨는 순간 현관문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훈 씨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길고 검은색 코트를 입은 여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차가운 분위기가 섬뜩할 정도로 느껴졌다. 여인은 지훈 씨를 스쳐 지나쳐 곧장 작업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발소리는 마치 차가운 얼음 위를 걷는 듯 무감각하고 조용했다. 그녀의 시선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하늘 씨에게 고정되었다.
"찾았다, 하늘. 드디어 찾았군." 여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마치 얼음장 같았다. 그 목소리에는 일말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저 말투는 마치 드라마에서 '이제 게임을 시작하지'라고 말하는 빌런 같은데?
하늘 씨는 여인의 등장에 얼어붙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핏기 없이 변했고, 지훈 씨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린 작은 새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루나… 언니…?" 하늘 씨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고,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 안에는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어딘가 모를 죄책감이 뒤섞여 있었다.
루나라고 불린 여인은 하늘 씨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소리 없이 정확하게 하늘 씨를 향했다. 지훈 씨는 직감했다. 이 여인이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등장으로 자신과 하늘 씨의 로맨틱 코미디에 예상치 못한 폭풍이 불어닥칠 것임을.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가 코앞에 닥쳤음을. 왠지 이번엔 만년필이나 꽃잎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루나는 하늘 씨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났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하늘. 너의 임무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 게다가… 감히 인간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너의 '진정한 운명'은 이곳이 아니라는 걸 잊었나? 너는 너의 자리로 돌아가야 해. 네가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를수록, 너에게도, 그리고… 이 인간에게도 좋지 않아. 우리의 규칙을 어기는 대가는 혹독할 거야."
루나의 말에 지훈 씨는 경악했다. '진정한 운명'이라니? 이 모든 것이 단순히 하늘 씨의 임무였을 뿐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루나는 대체 누구이며, 왜 하늘 씨를 데려가려 하는 것일까? 그녀의 말에는 단순한 경고 이상의 위협이 담겨 있었다. 천상계의 존재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게 대체 무슨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야?
갑작스러운 반전. 지훈 씨의 심장이 다시 한번 롤러코스터를 탄 듯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마감 직전의 심장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위협을 마주한 심장이었다. 그의 눈은 흔들렸지만, 하늘 씨를 향한 마음만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하늘 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주어 쥐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사랑을 지켜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래, 이젠 웹툰 속에서만 영웅이 될 순 없지!
다음 편 예고:
천사의 정체, 드러나는 과거! 지훈 씨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 루나는 과연 누구이며, 그녀의 등장으로 하늘 씨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난다! 과연 지훈 씨는 하늘 씨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천상계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에서 블록버스터 액션으로 장르 변경인가요?! '운명 배달왔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