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운명배달왔습니다(판타지로맨스)

운명 배달 왔습니다! (2) - 하늘에서 온 배달

qooo2 2025. 4. 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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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배달 왔습니다! (2) - 하늘에서 온 배달
깨진 화분 조각을 정리하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지훈은 멍하니 서 있는 하늘을 바라봤다. 헬멧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 주변에 희미한 빛이 감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정말 괜찮으시다니까요…" 하늘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제가 너무 부주의했어요. 혹시 다른 화분은 없으세요? 제가 비슷한 걸로 꼭 구해다 드릴게요!"
"아니에요, 정말 괜찮습니다." 지훈은 손을 내저었다. "그것보다… 아까 그 만년필 말인데요. 혹시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아세요?"
하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그냥 평범한 만년필처럼 보였는데요. 낡긴 했지만… 왜 그러세요?"
"아니, 그냥…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지훈은 만년필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낡은 외관과는 달리, 펜촉에서는 은은한 빛이 감도는 듯했다.
그때, 하늘의 등 뒤에서 희미한 날개 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환청인가?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다시 쳐다봤지만, 그녀의 등 뒤에는 알록달록한 배달 가방만이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내가 요즘 너무 피곤한가…' 지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작가님?" 하늘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불편하신 곳은 없으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
"아, 네… 조금 피곤해서요." 지훈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제가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끓여드릴까요? 제가 실수했으니, 이 정도는 해드려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지훈은 잠시 망설였다. 낯선 여자가 집에 들어와 차를 끓여주겠다는 상황이 어색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친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해주시겠다면… 감사하죠."
하늘은 싱긋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지훈은 왠지 모르게 주변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이 그의 주변을 감싸는 듯했다.
하늘이 건넨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지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엉뚱하고 어설픈 면도 있었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를 쓰세요?" 하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주로 웹툰을 그리고 있습니다. 판타지나 SF 같은 장르를 좋아해요." 지훈은 뜸을 들이다가 씁쓸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요즘은 슬럼프에 빠져서… 도통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하늘은 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혹시… 정말 신기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신가요?"
"신기하고 특별한 이야기라니… 어떤 이야기인데요?" 지훈은 그녀의 엉뚱한 질문에 흥미를 느꼈다.
"음… 예를 들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이야기라던가요!" 하늘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훈은 피식 웃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니… 너무 뻔한 설정 아닌가요?"
"에이, 뻔하다고 생각하면 뻔하겠지만… 그 천사가 평범한 인간 세상에 와서 겪는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같은 건 어떠세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지만,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그런 이야기요!"
하늘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잊고 있었던 창작욕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엉뚱한 상상이시네요." 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때, 하늘의 손이 그의 손등 위로 살짝 스쳤다. 순간, 지훈은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의 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날개를 펼친 천사의 모습, 그리고 그 천사를 사랑하게 된 평범한 인간 남자의 이야기…
"작가님… 혹시 지금 뭔가 떠오르셨나요?" 하늘이 신기한 듯 물었다.
지훈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방금 전의 그 짧은 접촉이, 그의 멈춰버린 상상력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 같았다.
'이 여자… 정말 뭐지?' 지훈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녀의 정체가 단순한 배달원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예감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마치 그녀 자체가,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운명'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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