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연(단편 창작 로맨스 소설)
사무실 창밖으로 쏟아지는 초여름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먼지들 사이로, 은은한 커피 향이 퍼지는 익숙한 공간. 이 모든 것이 한 달 뒤면 낯선 풍경이 되리라. 이지영은 무심히 캘린더에 동그라미 쳐진 날짜를 바라봤다. 7월 26일. 이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 한편이 아릿해지는 건, 비단 익숙함과의 작별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영 씨, 이거 좀 봐줄 수 있어요?"
나긋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옆자리 박선우 대리가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는 늘 그렇듯 단정한 셔츠 차림에 깔끔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그의 친절함은 항상 지영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딱딱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선우는 늘 잔잔한 미소로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네, 선우 대리님."
지영은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내민 서류를 받아들었다. 서류 검토는 늘 함께 하는 일이었지만, 요즘 들어는 유난히 그의 손끝이 스치는 순간마저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의 손은 늘 따뜻했고, 그의 작은 배려들은 지영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선우 대리님, 혹시 퇴근하고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곧 있으면 떠나는데…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어서요."
어느 날 오후, 지영은 용기를 내어 선우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그럼요, 지영 씨 덕분에 신세 많이 졌는데 제가 대접해야죠."
선우의 말에 지영은 작게 미소 지었다. 그의 배려는 끝이 없었다.
퇴근 후 찾은 식당은 조용하고 아늑했다. 마주 앉은 선우는 낮보다 훨씬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지영은 그 속에서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느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그의 작은 몸짓, 눈빛 하나하나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영 씨, 거기 가시면 잘 적응하실 거예요. 워낙 밝고 긍정적이셔서 걱정 안 해요."
선우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영의 가슴에 와닿았다. 그녀는 애써 미소 지었지만,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선우 대리님 덕분이에요. 대리님이 잘 챙겨주셔서 회사 생활이 힘들지 않았어요."
지영의 진심 어린 말에 선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엇갈리고 있음을, 지영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영 씨."
선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진중했다.
"사실… 지영 씨가 떠난다고 했을 때부터 제 마음이 계속 복잡했어요. 지영 씨가 없으면… 많이 허전할 것 같아요."
선우의 고백에 지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의 눈가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맺혔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별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출근 날, 지영은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며 선우를 바라봤다. 그는 평소처럼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더 이상 이전처럼 그와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영의 마음을 저미게 했다.
"지영 씨, 잘 가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선우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아쉬움과 함께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미소 지었다.
"네, 대리님도 잘 지내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지영은 선우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문이 닫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마치 얇은 유리창 너머로 아련하게 보이는 풍경처럼 흐릿했다.
새로운 근무지에서의 삶은 시작되었지만, 지영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박선우 대리가 있었다. 퇴근 후 지는 노을을 바라볼 때,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 문득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지영은 미소 짓곤 했다.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가슴 저릿하게.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날 날이 올까? 아니면 이대로 영원히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까? 지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 박선우라는 존재가 영원히 그녀의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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