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계절의 끝자락
이재는 사무실 창밖으로 쏟아지는 여름 햇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쨍한 햇볕만큼이나 그의 마음속은 답답함으로 가득했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멀리 떨어진 박선영 대리의 자리로 향했다. 선영 대리, 그녀는 늘 여름처럼 밝았다. 웃음소리가 경쾌했고,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대하는 성격 덕분에 사무실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재는 그런 그녀를 짝사랑한 지 벌써 반년째였다.
문제는 그와 선영 대리가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고,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아보려 할 때마다 그녀는 항상 “음, 다 같이 볼까?”라며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거절하는 방식조차 밝고 긍정적이라, 이재는 번번이 애매한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충격적인 소식이 이재의 귀에 들어왔다. 선영 대리가 회사 동료인 김민준 씨와 단둘이 저녁 식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복도까지 들려왔다는 목격담은 이재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는 그날 밤 잠을 설쳤다. 자신이 이러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 같아 초조했다.
게다가 선영 대리는 두 달 뒤면 다른 지점으로 전근을 갈 예정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정말 없었다. 이재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그녀를 떠나보내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 이재는 용기를 내어 선영 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늘 그렇듯이 환한 미소로 고개를 돌렸다. "이재 씨, 무슨 일이에요?"
"선영 대리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재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켰다. "대리님이 두 달 뒤에 가시면, 제가 많이 슬플 것 같아요."
선영 대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그녀는 살짝 눈을 크게 뜨고 이재를 바라봤다. 이재는 이어서 말을 뱉었다.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대리님과 더 친해져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싶어요. 저… 대리님 좋아해요."
사무실 복도엔 쨍한 햇살과 함께 정적이 흘렀다. 이재는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선영 대리의 표정은 복잡했다.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좀 더 부드럽고, 어딘가 아련한 빛이 담겨 있었다.
"이재 씨… 고마워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럼 남은 두 달 동안 우리 자주 봐요!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주말엔 교외로 드라이브도 가고요! 물론, 이재 씨가 좋다면요?"
이재는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녀는 여전히 '다 같이'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재 씨가 좋다면요?'라는 마지막 말에는 그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녀 나름의 방식대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재는 씁쓸함과 동시에 작은 희망을 느꼈다. 어쩌면 이번 '다 같이' 속에서 그는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계절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엇갈린 감정들. 그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재는 그녀의 마음속에 어떤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한 사람이 많으면 2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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