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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무당굿전(한국판주술회전)

무당굿전 13편: 혼돈의 서막, 시간의 균열

by qooo2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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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굿전 13편: 혼돈의 서막, 시간의 균열

별의 심장에서 돌아온 지은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욱 깊어졌다. 새로운 계시, 즉 **'혼돈의 그림자'**의 위협과 함께 아스트라의 의미심장한 경고, "진정한 혼돈은 질서의 가면을 쓰고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이 그녀의 마음속을 맴돌았다. 평화는 잠시, 지은은 다가올 더 큰 운명의 소용돌이를 직감했다. 봉구와 김씨 할아버지는 지은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시간의 왜곡, 기묘한 현상들
며칠 후, 두 세계 곳곳에서 기묘한 현상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낮이 밤처럼 어두워지고 밤하늘의 별자리가 뒤죽박죽 섞이거나, 계절이 갑자기 바뀌는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 현상이 속출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고, 무당과 마법사들은 알 수 없는 힘의 간섭이라며 혼란에 빠졌다. 이 모든 것들은 '혼돈의 그림자'가 서서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지은은 직감적으로 이 현상들이 우주의 근원적인 질서, 즉 시간과 공간의 축이 뒤틀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봉구와 김씨 할아버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혼돈의 기운이 가장 강하게 감지되는 곳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봉구는 혹시나 지은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그녀를 따랐고, 김씨 할아버지는 굳건한 표정으로 묵묵히 그녀의 옆을 지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두 세계의 경계에 위치한, 거대한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절벽이었다. 그곳은 예전에는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지금은 폭포수가 거꾸로 솟구치고 주변의 나무들이 순식간에 시들었다가 다시 피어나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지은은 이곳이 바로 혼돈의 기운이 집중되는 **'시간의 균열'**임을 깨달았다.
첫 조우, 혼돈의 전령
지은이 균열에 다가가자, 땅이 울리고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절벽 아래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온몸이 검은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마치 수백 개의 눈이 박힌 듯한 기괴한 외형을 지닌 존재였다. 그 존재는 손에 들린 거대한 낫으로 공간을 베어내며 주변의 모든 것을 왜곡시켰다.
"인간이 감히... 혼돈의 영역을 엿보다니." 기괴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희의 질서는 곧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다."
그것은 **'혼돈의 전령'**이었다. 무의 지배자가 깨어나기 전, 우주의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선발대인 것이다. 지은은 망설이지 않고 광선검을 뽑아 들었다. 은빛 검날이 검은 안개를 가르며 섬광을 내뿜었다.
"우리의 세계는 너희의 놀이터가 아니다!" 지은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등 뒤에서 흑염룡이 솟아올라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흑염룡의 뜨거운 숨결이 혼돈의 전령을 향해 맹렬하게 뿜어져 나갔지만, 전령은 낫을 휘둘러 그 불길을 갈라버렸다.
혼돈의 전령은 상대를 가늠하듯 지은을 응시했다. "흥미롭군. 공허의 힘을 다루는 창조자라... 하지만 너의 힘으로는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전령의 낫이 섬광처럼 휘둘러지자,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변의 바위들이 모래처럼 부스러졌다.
봉구와 김씨 할아버지의 필사적인 지원
지은은 혼돈의 전령의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며 반격했다. 그녀의 광선검은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하게 움직이며 전령의 검은 몸을 공격했지만, 수정으로 이루어진 몸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지은은 **'깨랑깨랑'**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변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그녀의 춤사위는 단순한 격투가 아닌, 우주의 리듬과 하나 되는 듯한 신비로운 움직임이었다.
그때, 봉구가 외쳤다. "아가씨! 제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봉구는 재빨리 그의 무구들을 꺼내들고 혼돈의 전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온몸에 기운을 집중시킨 주먹이 전령의 몸에 부딪혔지만, 마치 바위를 때리는 듯한 단단함에 봉구의 손이 저려왔다. 그럼에도 봉구는 끈질기게 전령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지은에게 기회를 만들었다.
김씨 할아버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지팡이에서 황금빛 문양들이 피어나며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땅이 흔들리며 거대한 바위 기둥들이 솟아올라 혼돈의 전령의 움직임을 잠시 봉쇄했다. "지은 아가씨! 저놈의 다리 쪽을 노리세요! 시간이 가장 불안정한 곳이다!" 김씨 할아버지는 날카롭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 있었다.
지은은 할아버지의 외침을 듣고 재빨리 전령의 다리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광선검이 전령의 다리에 닿자, 다른 부위와 달리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시간의 균열'이 가장 심한 곳이었다.
아스트라의 등장, 그리고 반전의 실마리
지은이 균열을 집중 공격하는 순간, 혼돈의 전령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감히... 이 몸을 해하려 드느냐!" 전령의 몸에서 검은 번개가 뿜어져 나와 지은을 향해 맹렬하게 쏟아졌다. 지은은 전력을 다해 회피했지만, 번개의 일부가 그녀의 팔을 스쳤고,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푸른 빛의 섬광과 함께 아스트라가 나타났다. 그는 한 손에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그의 눈빛은 이전과는 달리 차갑고 단호했다. 아스트라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검은 번개가 마치 거울에 반사된 것처럼 혼돈의 전령에게 되돌아갔다. 전령은 자신의 공격에 맞아 휘청거렸고, 몸의 균열이 더욱 커졌다.
"아스트라!" 지은은 놀라 외쳤다. 그의 등장은 예상 밖이었다.
아스트라는 지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혼돈의 전령을 노려보았다. "물러서라, 혼돈의 졸개여. 아직은 너희가 나설 때가 아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권위가 서려 있었다.
혼돈의 전령은 아스트라의 등장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뒤로 물러섰다. "감히... '감시자'가 직접 나설 줄이야. 하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시대는 곧 도래한다!" 전령은 마지막 경고를 남기며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전령이 사라지자, 시간의 균열 현상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지은은 아스트라에게 다가섰다. "아스트라, 당신은 대체... 어떻게 여기에?"
아스트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지은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서는 이전에 보였던 온화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이 우주의 질서를 감시하는 자. 균형이 깨질 때마다 개입하여 바로잡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그럼 당신이 나에게 계시를 내린 '빛의 존재'였나요? 그리고 '혼돈의 그림자'는 무엇이며, 왜 당신은 '질서의 가면을 쓴 혼돈'을 경고한 거죠?" 지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스트라의 행동과 그의 경고는 그녀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스트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너에게 계시를 내린 존재가 아니다. 나는 너의 능력을 감지하고, 이 우주에 다가올 혼돈을 막기 위해 너를 '이용'한 것뿐이다."
지은은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에게 새로운 사명을 부여했던 존재가 아스트라가 아니었다니. 그리고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아스트라의 차가운 눈빛과 그의 말은 지은이 믿고 있던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진정한 혼돈은... 이미 너의 심장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지은." 아스트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울림은 지은의 영혼을 강타했다. "너는 '공허'를 물리쳤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너의 힘, '깨랑깨랑'은 공허의 힘과 혼돈의 힘을 동시에 담고 있는 양날의 검이다. 네가 이 우주를 창조할 때, 너는 이미 혼돈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아스트라의 말이 끝나자, 그의 몸은 빛으로 변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자신이 창조의 힘이라 믿었던 '깨랑깨랑'이 사실은 혼돈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니. '혼돈의 그림자'가 외부에 존재하는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자신이 창조한 우주 안에 내재된 위협이었다니. 아스트라의 마지막 경고, "진정한 혼돈은 질서의 가면을 쓰고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이 이제야 이해되는 듯했다. 그는 지은이 자신의 힘을 오용하여 무의식적으로 혼돈을 불러올 것을 경고했던 것이다.
공허를 넘어선 줄 알았던 지은의 여정은 이제 가장 깊고 어두운,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그녀는 과연 자신의 안에 내재된 혼돈의 힘을 제어하고, 자신이 창조한 우주를 수호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에게 진짜 계시를 내린 존재는 누구였으며, 아스트라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의문과 함께 지은은 더욱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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